好學의 漢字文學/[고사성어]故事成語

[살롱] 響山古宅 사랑방

好學 2010. 8. 21. 18:28

 

[살롱] 響山古宅 사랑방

 

 

 

우리나라 도시 가운데 전통문화가 아직 살아 있는 곳을 꼽는다면 안동·전주·진주 정도이다.

전주는 판소리와 음식, 진주는 풍류, 그리고 안동은 고택(古宅)이다. 안동에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살았던 고색창연한 기와집들이 많이 보존되어 있다.

조선시대 고택이 지닌 매력은 바로 사랑채에 있다.

남자들만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 여기서 바둑도 두고, 선후배와 토론도 하고, 술도 한잔 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서로 위로하곤 했던 것이다. 반면 현대 한국의 아파트 구조는 핵가족의 입장에 맞추어져 있어서 남자들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부족하다. 사랑방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이게 참 아쉽다. 그렇다 보니 한국 남자들은 으레 술집에 가서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이 생겼다.

전국에 사랑방 문화가 아직 살아 있는 곳은 어디 없는가.

찾다 보니까 안동시 안락동에 자리잡은 ‘향산고택(響山古宅)’이 눈에 들어온다. 구한말 의병대장이었던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1842~1910) 선생의 고택이다. 향산은 나라가 망하자 24일간의 단식을 감행하여 순절(殉節)한 인물이고, 아들과 손자 대에 이르기까지 3대가 모두 독립운동을 한 명문가이다. 말하자면 안동 선비의 기개가 뭉쳐 있는 고택인 것이다.

10평 정도 크기의 사랑방에는 이 집안 어른들이 남긴 한문 글씨와 병풍, 그리고 액자가 방 전체를 장식하고 있어서 고풍(古風)이 감돈다. 설이 되면 안동의 중장년층 수십 명이 모여 합동세배를 하고 덕담을 나누는 일이 연례행사이다. 평소에도 일주일에 2~3차례 이 방에 모여 이야기도 하고 놀기도 한다.

향산고택의 주인인 이동석, 농암선생 후손인 이성원, 정재선생 후손인 유성호, 치암고택의 이동수, 임청각의 이항증 등은 단골멤버이다. 참석 멤버들의 나이는 40~50대이고, 인원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명 내외이다. 필자도 두어 번 참석한 경험이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김치찌개 거리와 음식, 그리고 알코올 버너까지 챙겨 온다는 점이었다. 별로 돈 들어갈 일이 없다. 방 한가운데다 찌개냄비를 올려놓고 남자들끼리 국자로 서로의 그릇에 찌개를 퍼주는 광경이 아주 정겨웠다. 현재 한국 남자들은 술집 말고는 어디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것 같다. 조선의 사랑방이 그립다.

 

'好學의 漢字文學 > [고사성어]故事成語'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롱] 三笑會   (0) 2010.08.21
[살롱] 음의 공덕   (0) 2010.08.21
고사성어 [古事成語]  (0) 2010.07.03
故事成語 [고사성어] 출전이야기  (0) 2010.07.03
[살롱] 용연향(Ambergris)  (0) 2010.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