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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GREEN]<9> 녹색생활, 해외는 어떻게?

好學 2010. 6. 22. 20:25

 

[헬로! GREEN]<9> 녹색생활, 해외는 어떻게?

 




고바야시 히카루 일본 환경성 사무차관은 “자연에 이로운 집은 사람이 살기에도 좋은 집”이라고 강조한다. 고바야시 차관의 집에는 태양열 및 태양광 시스템과 고효율 단열처리 등 30여 가지의 친환경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래는 남쪽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시스템. 태양열로 공기를 데워 난방열과 온수를 생산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에코하우스, 지구에 월세 내는 마음으로 지었죠”
― 日환경차관과 美-유럽 가정의 ‘친환경 실천’


《환경의식 수준이 높은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선진국 시민들은 단체나 조직 차원의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자기 주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 실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가정용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로 전기를 자체 생산하고 단열효과를 극대화한 에코하우스에 관심이 많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재활용 교육이 강조되고 있으며 실생활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에코 맘’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적게 쓰고 아껴 쓰는 유럽인의 검소한 생활도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한몫한다.》

■ 고바야시 차관 집 가보니

지붕-집안 곳곳 단열설비… 돈 들인 만큼 난방비 절반 뚝

■ 서구의 생활속 환경운동

유치원부터 재활용교육 철저… 절약 솔선 ‘에코맘’들 맹활약

○ 가정의 온실가스 절반으로 줄여




8일 오전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 구 하네기(羽根木)의 주택가. 다른 집에 비해 유난히 햇빛에 반짝거리는 지붕이 먼저 눈에 띄었다. 지붕 위로 우뚝 솟은 바람개비도 별나다. 이웃들 사이에서 ‘풍차주택’이라고 불리는 고바야시 히카루(小林光·59) 일본 환경성 사무차관 집이다.

“여기 한번 누워보세요. 태양열로 데워진 자연온돌입니다.”

집 안에 들어서자 고바야시 차관이 1층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손을 대보니 한국의 온돌방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은은한 온기가 도는 게 느낌이 좋았다. 난방을 하지 않아도 겨울철 내내 마루 온도는 26도를 유지한다.

그의 집에서는 샤워용 온수도 태양열로 해결한다. 한겨울에 보일러를 켜지 않아도 25도나 되고 여름에는 55도에 이른다. 남쪽 지붕 위에 설치한 태양열 시스템이 비결이다. 태양열로 뜨거워진 외부 공기가 집 안 곳곳을 돌면서 난방과 온수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 되는 것이다.

일본의 에코하우스 1세대라 할 수 있는 고바야시 차관은 일본 내에서 웬만한 정치인보다 유명하다. 환경 문제를 책임지는 환경성 최고위 관료로서 일찌감치 에코하우스 전도사 역할을 해온 터다. 그가 에코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교토의정서 체결 당시 환경성의 지구온난화 방지 주무과장을 맡으면서부터. 가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에 이르는데 이를 줄일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에코하우스에 눈뜨게 됐다고 한다.

방 6개, 거실과 부엌이 딸린 총건축면적 170m² 규모의 고바야시 차관 집은 2000년 3월 완공됐다. 당시만 해도 에코하우스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시절이었다. 그의 집 곳곳엔 친환경 시설이 30여 가지에 이른다. 남쪽 지붕에는 태양열 시스템과 풍력발전을 위한 소형 풍차를 놓았고 북쪽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을 위한 태양전지를 깔았다. 주차장에는 빗물을 모아 재활용할 수 있는 중수시스템도 있다.

이 중에서 그가 으뜸으로 여기는 것은 단열 시스템. 에코하우스는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기도 하지만 보온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 실제로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폴리스티렌이나 유리섬유 등 고효율 단열재를 아끼지 않았다. 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이중창을 달았고 창틀도 단열재를 넣은 특수 창틀이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같은 규모의 일반주택에 비해 42% 줄었고 이 가운데 30%가 단열로 인한 효과”라며 기존 집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사례로 꼽았다.

이 정도 규모의 환경설비를 갖추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친환경 설비와 공사비가 951만 엔(약 1억2400만 원)으로 총 건축비(6125만 엔)의 15% 정도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같은 규모 일반주택보다 15% 더 든 셈이다. 반면 가스비 난방비 수도료 등은 연간 60만 엔에서 34만 엔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에코하우스에 대한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감안할 경우 35년가량 지나면 투자비용이 빠지는 셈이다.

고바야시 차관은 “지구에 월세를 낸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날씨가 화창하면 태양광발전과 태양열 시스템이, 바람이 불면 풍력발전이 각각 돌아가고, 비가 내리면 빗물이 쌓이니까 사계절이 즐겁다”며 만족해했다.



사진 제공 고바야시 차관

○ 재활용 교육 ‘세 살 버릇 여든까지’

8일 오후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시 리틀 옥스퍼드 하우스. 3, 4세의 취학 전 학생들이 다니는 ‘프리 스쿨(pre school)’인 이곳에서는 재활용을 비롯한 환경교육이 한창이었다. 해님반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재닛 스미스 씨(42)는 8명의 꼬마들에게 재활용표시 그리기를 보여준 뒤 미리 오려 놓은 유리병 신문지 모형을 해당 재활용 박스에 넣는 것을 가르쳤다. 스미스 씨는 “즐겁게 배우며 자연스럽게 재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미국 TV 방송국인 ‘니켈디언’이나 ‘노긴’에서는 프로그램 중간에 재활용 관련 캠페인 광고를 내보내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재활용의 필요성을 심어주고 있다.

실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이른바 ‘에코 맘’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방과 후 축구클럽에서 활동하는 아이들을 자동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면서 아이들의 학습과 활동을 지도하는 ‘사커 맘’에서 유래된 에코 맘은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 에너지를 절약하는 등 작은 것을 실천하는 주부들끼리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엘렌 하워드 씨(48)는 “쓰레기를 줄이거나 도시락을 남기지 않도록 가르치는 것도 좋은 환경운동”이라고 말했다.

환경의식 수준이 높은 유럽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운동 사례가 많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길이 막히거나 기차 건널목 대기 중에 차 시동을 끄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집 안에서도 두꺼운 외투를 입고 겨울을 보내거나 오래된 가옥을 헐어 새로 짓기보다 부분적으로 개보수하는 절약정신도 몸에 배어 있다.



형광등 대신 LED전구… 요리는 소형오븐으로




■ 재미동포 대니 서의 ‘친환경 살림법’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재미동포 ‘친환경 전도사’ 대니 서 씨(한국명 서지윤·32·사진)는 요즘 미국 가정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살림 비법’을 전파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최근 CNN방송 등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에 출연해 전기를 아끼는 방법, 물을 아껴 쓰는 방법, 낡은 옷 등을 재활용해 가재도구로 쓸 수 있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서 씨의 집에는 형광등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불을 밝힌다. LED 전구는 절전형 형광등보다 수명이 8배 길어 최장 20년까지 쓸 수 있고 전기도 아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 가정들은 대부분 대형 오븐으로 케이크를 굽거나 음식을 만들지만 그는 일반 오븐보다 훨씬 작은 소형 오븐으로 요리를 한다. 일반 가정에서 만드는 요리는 전기를 덜 쓰는 소형 오븐으로도 충분한데 커다란 오븐을 사용하며 전기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물을 아끼는 데는 손으로 설거지하는 것보다 그릇 세척기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설거지할 때 쓰는 스펀지는 전자레인지에 넣고 90초 동안 돌리면 세균도 없애고 새것처럼 쓸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 씨는 또 냉장고 문이 제대로 닫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도 필수라고 강조한다. 지폐 한 장을 냉장고 문틈에 끼워 넣고 손으로 지폐를 잡아당겨 쉽게 빠지면 수리공을 불러 냉장고 문을 손보는 게 낫다. 냉장고 문이 꽉 닫히지 않으면 그만큼 냉장고에서 냉기가 빠져나가 전기 소모가 늘기 때문이다. 또 뜨거운 음식은 냉장고에 넣기 전에 상온에서 식히는 것이 전기를 아끼는 길이다.

서 씨는 12세에 환경보호단체 ‘지구 2000’을 조직한 뒤 회원 2만6000명에 이르는 미국 최대 청소년 환경보호단체로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명’에 선정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그의 성공은 이후 언론 보도와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1999년)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2003년) 등의 저술을 통해 국내에도 널리 소개됐다. ‘아름다운 청년 대니 서의 집’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리딩에 있는 부모의 집을 6개월간 환경친화적인 재료와 가구, 소품들로 완전히 개조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2001년에는 삼성그룹의 그룹 이미지 광고 모델로 선정됐으며, 당시 모델료로 받은 10만 달러 가운데 일부인 2만 달러를 국내 동물보호 활동에 써 달라며 한국동물보호협회에 기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전거 늘 이용” 직장인 무려 47.3%

■ ‘자전거 왕국’ 네덜란드

유럽에서 가장 앞서가는 환경국가인 네덜란드는 ‘자전거 왕국’으로 불린다. 국민 일상생활 속에 자전거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자동차보다 100배 이상 나은 교통수단이다.

네덜란드 교통부가 올해 발표한 국가 간 비교에서 네덜란드의 자전거 이용률은 26%로 세계 1위다. 2위인 덴마크의 19%, 3위인 독일의 10%를 멀찌감치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네덜란드 국민은 이동할 때 4번 중 한 번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셈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는 물론이고 직장인이 출근할 때도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대부분 회사는 직원에게 통근용 자전거를 무료로 제공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전거를 사용하는 횟수에 따라 상품을 얻을 수 있게 포인트를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에서는 직장인 중 늘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비율이 무려 47.3%에 이른다. 자주 사용한다(17.5%)와 규칙적으로 사용한다(24.2%)도 40%를 넘는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가 3.5%로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자전거 타기는 국민의 환경의식 고양에도 크게 기여했다. 네덜란드 인구의 4분의 1인 400만 명이 그린피스 등 각종 국내외 환경단체 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