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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GREEN]<2>친환경이 경제다

好學 2010. 6. 5. 20:59

 

[헬로! GREEN]<2>친환경이 경제다





“자전거로 50km 출근한 날은 잣나무 41그루 심은 셈”
MTB 마니아 가수 김세환씨


○ 매일 50km 月20일 출퇴근
승용차 기름값 20만원 절약
교통체증 없어 시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 213kg 줄어


○ 제가 몇 살로 보이나요?
남들 먹는 보약 안 먹고
골프-헬스장 안 다녀도
‘두바퀴’로 젊음 유지해요




“작년에 기름값이 많이 올라 사람들이 고생했잖아요. 이런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그때 느긋했어요. 주유소 근처도 안 갔으니 말이죠. 하하하.”

가수 김세환 씨(61)는 지난해 고(高)유가 소식을 남 얘기하듯 툭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그에겐 20년 넘게 타고 다닌 ‘애마(愛馬)’ 산악자전거(MTB)가 있었다. 승용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니 지금도 기름값 걱정은 잊고 산다.

10일 서울 중구 남산 근처에서 만난 김 씨는 날렵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자전거를 내보이며 “이 녀석 덕분에 집에 놓고 다니는 승용차는 녹이 슬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지방 공연을 갈 때는 어쩔 수 없이 승용차를 탑니다. 그럴 때는 얼마나 아까운지…. 자전거를 타면 기름값이 안 들고 교통이 막힐 때는 시간도 아낄 수 있잖아요.”

○ 환경 지키고 돈도 절약하고

김 씨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자택에서 영등포구 여의도동 방송국까지 하루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거리는 왕복 약 50km다. 지름길을 찾아가지 않고 오히려 맑은 공기를 찾아 운동 삼아 산 쪽으로 빙 돌아간다. 그가 매주 5일씩 한 달 동안 출퇴근하면서 승용차를 이용한다고 하면 한 달 기름값으로 약 20만 원(중형차, L당 1700원 기준)을 써야 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연간 240만 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어디 기름값뿐이겠어요. 시내에선 비싼 주차비를 낼 필요가 없죠. 세차비, 수리비 같은 유지비용도 안 들어요. 게다가 차가 막힐 땐 돈보다 귀한 시간도 아낄 수 있으니 ‘1석 3조’가 아니라 ‘1석 4조’라고요. 안 그래요?”

그가 자랑하는 자전거 이용에 따른 경제적 부가가치는 ‘무한대’인 것처럼 들렸다. 사실 듣고 있자니 자전거가 창출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 효과를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생각해 봐요. 내 나이 환갑이 넘었지만 남들 먹는 보약 안 먹어요. 자전거가 보약이니까요. 20년 넘게 자전거를 타다 보니 병원 신세도 안 지고 있어요. 운동량이 충분하니 골프나 헬스하면서 따로 돈을 들일 필요도 없어요. 가만, 20년 전 바지를 지금도 입고 있으니까 의상비도 절약한 셈이네.(웃음)”

자전거는 김 씨 개인에게만 이로운 게 아니다. 자동차 대신 자전거 이용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때문에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절약하는 셈이다. 그가 중형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루 평균 약 11kg(휘발유 기준) 줄일 수 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하루에 41그루의 잣나무를 심는 효과와 같다. 한 달간 815그루의 잣나무를 심는 셈이다. 20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자전거를 벗 삼은 이유는 건강 유지가 가장 컸지만,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언젠가 한강 둔치를 달리는데 매캐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자동차에서 나온 검은 매연으로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였어요. 먼지투성이가 된 옷을 털면서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근교에 나갈 때마다 들르는 약수터 오염도 심각하다고 했다. “자전거를 처음 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강원도 충청도 어디를 가든 약수를 그냥 마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동호회 사람들이 약수를 마실 수 있는지 체크하는 디지털 측정기를 들고 다녀요. 요즘은 마실 수 있는 약수가 별로 없어 손만 씻고 있습니다.”

○ 알뜰한 녹색 생활 습관

김 씨의 친환경은 자전거 예찬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면지 활용’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본능적으로 실천한다고 했다.

“우리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세대잖아요. 기자가 들고 있는 수첩이나 흰 종이가 무척 귀했던 적이 있었어요. 누런 바탕의 시험지에 적힌 글씨가 잘 안 보여 애먹은 기억이 나네요.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흰 종이’를 버립니까. 아이들이 한 면만 인쇄된 팩스나 프린터 용지를 버리려고 하면 혼냅니다. 잘라서 메모지로 쓰거나 이면지로 다시 활용하죠.”

김 씨는 상추를 사먹는 일이 거의 없다. 명절 때 들어오는 선물용 과일박스 가운데 튼튼한 나무상자는 버리지 않고 그 안에 상추를 심는 모판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또 각종 서류나 명함을 정리하는 수납장으로 재활용하는 포장재도 많다고 자랑했다.

“3년 전쯤 우리 동네 서초구 자원봉사 대원들과 함께 재활용품을 기부하는 ‘아름다운 가게’에 간 적이 있었어요. 거기서 봉사활동을 끝내고 박스를 재활용해 만든 액자를 받았는데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듭디다. 그때부터 재활용 박스가 들어오면 액자 생각이 나서 그냥은 못 버립니다.”

이날 그가 멘 배낭에는 너덜너덜한 배낭 끈을 고정하는 검정 고무줄들이 묶여 있었다. 버려진 고무 튜브를 얇게 잘라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배낭을 뒤지니 끝이 거의 뭉툭해진 골프 티도 나왔다. 자전거 곳곳에 낀 먼지를 빼는 데 쓴다고 했다. 모가 누워버린 칫솔, 구멍 난 양말도 모두 유용한 자전거 청소 도구로 쓰인다. 이런저런 재활용품을 꺼내 보여주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활력이 묻어났다. “환경이든, 건강이든 지킬 수 있을 때 지켜야지요.” 환갑의 나이를 잊게 하는 그의 열정은 친환경 실천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착한 소비’ 원하시면 이 마크를 확인하세요
‘환경마크’ 모니터 사면 年5만원 꼴 전기요금 절약


주부 A 씨는 얼마 전 지구 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처한 북극곰의 애처로운 모습을 전한 신문기사를 읽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 환경이 지금보다 더 나빠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경각심도 생겼다. A 씨는 이제부터라도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친환경’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친환경 생활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착한 소비’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구매자에게도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친환경 제품이란 생산, 소비, 폐기의 전 과정에서 자원 및 에너지를 절약하고 유해물질 사용을 최소화한 제품을 뜻한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인증하는 ‘환경마크’나 기술표준원의 ‘GR(Good Recycled)마크’가 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주부 A 씨가 내년 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큰아이를 위해 데스크톱 컴퓨터와 모니터, 레이저프린터를 ‘환경 마크’가 붙은 친환경 제품으로 구매한다고 하자. 환경산업기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A 씨가 환경마크 제품을 구매해 얻는 경제적 편익은 일반 가정의 전자제품 평균 교체주기인 5년을 기준으로 각각 11만5219원, 24만4288원, 26만3258원이다. 이는 절전 기능의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 절감한 전력을 가정의 ‘전기요금’으로 환산한 수치와 발전소에서 해당 전력을 생산할 경우 발생하는 오염물질 비용 등을 역으로 계산해 나온 금액이다. A 씨가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 들여놓을 복사기와 레이저 팩스도 친환경 제품으로 구입하면 각각 15만1529원, 16만959원의 경제적 편익을 누릴 수 있다. 또 5개 친환경 전자제품을 구입함으로써 A 씨 가족이 얻는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평균 2239.4kg에 이른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전성호 친환경상품실 연구원은 “친환경 제품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도 전기요금 절약 등 지속적인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친환경 상품 구매로부터 발생하는 환경 및 경제적 효과는 제품 값의 2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A 씨처럼 친환경 상품 구매를 생활화하고 싶다면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shopping.g2b.go.kr) 내의 친환경상품 테마숍이나 친환경상품 전문 이마켓(shop.ecoi.go.kr)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똑똑해진 소비자 ‘책임혁명’
기업 윤리-사회공헌도 고려
‘공정무역 커피’ 인기 폭발




‘단순히 값싸고 품질이 좋다고 구입하지는 않는다. 커피를 사더라도 개발도상국 생산자에게 적정 금액을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통해 수입된 것이어야 한다. 또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와 친환경 제조 과정 및 포장을 거친 생필품을 구매한다.’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친환경 소비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10일 인터넷 판을 통해 소비자들의 이런 소비행위를 ‘책임혁명(The Responsibility Revolution)’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제품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이 같은 소비행위가 미칠 환경 및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데도 장기적인 환경 및 사회 분야 공헌도, 윤리적인 제조 유통 과정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타임이 최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유기농 친환경 제품을 구입했으며, 10명 중 4명은 제품을 고를 때 제조사의 사회공헌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78%는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차를 구입하는 데 2000달러를 더 쓰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도 했다.

국내에서도 친환경과 사회공헌도 등을 고려하는 소비 행태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를 선보이고 있는 아름다운 가게는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200% 이상 판매가 늘어났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친환경 관련 상품구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말 국내 친환경 상품 시장은 13조43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향후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