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책여행]살아가는 방법들

[결혼에 관하여 20선]<13>일부일처제의 신화

好學 2010. 5. 21. 07:22
 
[결혼에 관하여 20선]<13>일부일처제의 신화
 
 
 



《“한때 일부일처형이라고 여겨졌던 많은 동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이 ‘타고난’ 일부일처형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 분명히 인간은 일부일처형이 될 수 있지만 이는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결코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것은 평범하지도 않은 데다 어렵기까지 하다.”》

‘완벽한 반쪽’은 함께 만드는 것

대부분의 사람은 배우자가 아닌 누군가를 보고 성적 욕망을 느낄 경우 죄의식을 가진다. 일부일처제가 자연스러운 제도라는 인식 때문이다. 심리학자이자 동물학 박사인 남편과 정신과 의사인 아내, 부부 학자의 공동저작인 이 책은 일부일처제의 생물학적인 토대가 놀라울 만큼 약하다고 말한다.

동물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수컷뿐 아니라 암컷에게도 ‘중복 짝짓기(multiple mating)’가 자연 상태에서 일반적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최근 10여 년 동안 나온 주목할 만한 논문들에는 일부일처형으로 알려진 새들의 ‘혼외성교’를 다룬 것이 많다. 검은꾀꼬리, 야생 청둥오리, 흰따오기, 박새, 가마우지, 제비…. 철새를 붙잡아 암컷의 배설기관을 씻어내 조사한 결과 25%는 번식지에 도착해 수컷과 보금자리를 꾸미기도 전에 다른 수컷들의 정자를 갖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4000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확실히 일대일 관계를 맺는 동물은 박쥐의 일부 종, 비단원숭이 등 일부 영장류, 아프리카영양 등 10여 종.

저자들은 더 많은 씨를 뿌려야 자손을 남길 가능성이 크고 힘 안들이고 정자를 생산하는 수컷보다 암컷의 바람기 분석에 공을 들였다. 우선 수컷과 달리 한 번에 고작 몇 개의 난자만을 생산하는 암컷의 경우 여러 상대와 교미할수록 모든 난자를 수정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마우지 암컷은 낳는 알의 수가 적을 때 혼외성교 가능성이 높았다. 암컷은 대체로 ‘총각’보다 기혼 수컷들 중에서 혼외성교 상대를 선택했는데 이는 짝을 찾은 수컷의 자질(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우수한 수컷과 짝을 지어 넉넉하게 살아가는 암컷들은 성적으로 덜 방황하는 반면 좀 뒤떨어지는 짝을 가진 암컷들은 혼외성교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일부 동물이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이렇다. 우선 암컷 대 암컷의 경쟁이다. 둥지 근처로 접근하는 다른 암컷을 쫓아내는 새의 경우처럼 내 둥지에 알을 낳지 못하게 하고 짝인 수컷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일처제 형식을 선호한다는 해석이다. 육아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부부가 함께 먹이를 찾고 보호하지 않으면 종족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 일부일처제를 택한다는 것. 자기 짝이 다른 수컷의 새끼를 낳지 못하도록 감시하려는 수컷의 대응전략에서 일부일처제가 나왔을 가능성도 내놨다.

인간세계에서 일부일처제는 남성에게 평등한 제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한 남성 한 명이 많은 아내를 두면 그 아내들과 같은 수의 능력 없는 총각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의 관점에서 일부다처제는 더욱 많은 여성이 성공한 남성과 관계 맺을 기회를 가지는 제도일 수 있다고 한다. 정답이 없는 문제여서일까.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일부일처제 신화를 꼼꼼히 파헤치는 저자들의 결론은 다소 싱겁지만 수긍이 간다.

“이상적으로 맞는 완벽한 반쪽은 없을지라도, 애정이 담긴 혼인 생활을 하면서 함께한 경험을 갈고 닦다 보면, 두 사람은 상대의 자물쇠에 유일하게 꼭 들어맞는 열쇠가 될 기회를 갖게 된다. 완벽하게 맞물리는 좋은 일부일처제 혼인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