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는 가끔 전화위복의 축복이 있다. 원하던 꿈은 좌절되었지만 다른 방면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람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꿈의 좌절에 굴하지 않고 그 다음의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도 그렇게 쓰여졌다. 헨델은 본래 기독교음악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페라에 있었다. 이는 동시대의 거인(巨人)이며 일평생 기독교음악에 몰두했던 바하와 아주 다른 모습이다. 오늘날 기독교음악 역사를 쓰면서 헨델을 아주 큰 인물로 부각시키는 것은 우리 나라에서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기독교음악 역사를 일반음악 역사의 틀 안에서 보지 말고, 오히려 기독교 역사 자체와 연관시켜서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헨델과 바하를 일반음악사의 '후기 바로크' 시대라는 틀이 아닌 교회사의 '경건주의'와 '계몽주의' 시대의 틀 속에서 보는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바하는 독일 경건주의의 틀에서 살았고, 여러 나라를 여행했던 헨델은 계몽주의의 틀 속에 있었다. 따라서 유럽의 기독교 음악 역사에서는 바하와 헨델의 위상이 현격히 다르다. 17-18세기 기독교음악의 역사는 바하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헨델은 이름이나 스치고 지나가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음악 역사에서 헨델의 이름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오라토리오 '메시아' 때문이다. 오늘날 '기독교음악의 최고봉'이라는 찬사까지 얻는 이 메시아는 어떻게 작곡되었을까? 이 메시아를 작곡하기 전까지 헨델의 생애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극음악(劇音樂)에 관심과 열의를 보이며 열심히 작곡하였으나 번번이 흥행에 실패하였다. 헨델이 오죽 답답했으면 살던 조국 독일을 버리고 영국으로 갔을까? 그는 1710년 영국으로 건너가서 오페라 리날도(Rinaldo)를 쓴다. 그리고 이것이 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죽을 때까지 런던에 거주하였고 시신도 웨스트민스터 교회당에 있다. 그는 1741년까지 기악음악, 합창음악, 오라토리오, 오페라 등에 손을 대보았지만 '수상음악' 등 몇 편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던 오페라에서는 계속 흥행에 실패하였다.
헨델이 이렇게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새로이 눈을 돌린 분야가 바로 오라토리오이다. 그는 1741년부터 10년 동안은 오라토리오에 몰두한다. 그 전에도 그는 이태리 시절부터 오라토리오를 쓰긴 했으나 본격적으로 마음 잡고 쓰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이다. 1741년! 그의 '메시아'가 작곡된 해이다. 이 한편의 오라토리오가 그의 41편의 오페라보다 그의 명성을 더 높였으며, 그를 기독교음악사에 위대한 공로자가 되게 하였다. 그는 '이태리식 오페라'로 실패하였으나 '오페라식 오라토리오'로 성공을 거두었다. 바하의 음악보다 이 메시아가 우리에게 훨씬 더 친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바로 오페라적인 요소 때문이다. 화려한 화성, 따라 부를 수 있는 선율, 극적인 효과의 솔직한 분출 등은 오페라 작곡가 헨델만이 구사할 수 있었던 기법이었다.
이 작품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1742년 4월 13일에 초연되었다. 런던과는 달리 더블린에서는 그를 위대한 작곡가로 인정했으며 그곳 자선음악단체인 필하모니 협회(Philharmonic Society)는 그를 초청하여 자선 신작발표회를 갖도록 주선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헨델은 '메시아'를 쓰게 된 것이다. 런던에서는 1743년에 연주되었으나 반대파들의 방해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나 1750년의 런던 연주에서는 국왕 조지 2세가 할렐루야 합창을 듣다가 감동한 나머지 일어서자 청중이 모두 일어서는 일이 있었고 오늘날까지 이 습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본은 헨델의 친구인 찰스 제넨스(Charles Jennens)가 성서를 바탕으로 쓴 것이며, 내용은 메시아의 일생을 그린 것으로 '예언과 탄생', '수난과 속죄', '부활과 영생'의 총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연주시간은 약 2시간 20분 정도이다. 악기 편성은 헨델 스스로에 의해서도 많이 수정되었고, 그 후 모차르트, 멘델스존, 프란츠, 프라우트 등이 편곡을 시도하였다.
이 작품은 그 초연의 시기로 보아서는 부활절 작품이다. 그러나 헨델은 1750년 이후 자선을 목적으로 매년 이 작품을 연주했고 오늘날에도 자선을 목적으로 하여 성탄절에 자주 연주된다. |
메시아 곡 해설
제1부의 처음을 장식하는 서곡 부분은 예언적인 무거운 관현악의 총 합주로 시작해서 경쾌한 푸 가풍의 연주가 이어진다. '너희들을 위해서 구주가 나셨으니'로 시작되는 우아하고 힘찬 합창곡 이다. 이어지는 '전원 교향곡'은 그리스도가 나신 날 밤에 별이 반짝이는 베들레헴의 작은 거리 들판에서 양떼를 지키는 양치기들 앞에 하늘로부터 상서로운 징조와 환희에 가득한 마음을 드러 내는 장면이 연출된다. 회화적인 헨델의 음악적 특징이 드러나는 명곡인 이 곡은 '하느님께 영광 있으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 화롭다.'라는 누가 복음 제 2장에서 따온 합창곡이 울려 퍼진다. 소프라노의 독창에 이어지는 이 합창은 만백성의 경축을 표현하는 장엄하고 환희에 가득 찬 곡조이다.
그리스도의 전도와 수난, 속죄가 그려지는 제 2부는 복음의 선포와 그 최후의 승리를 나타내는 '할렐루야 코러스'가 그 백 미이다. 이어지는 '거룩하도다 어린양'과 '아멘 코러스'도 이 곡을 절정으로 이끄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마지막 제 3부는 하느님의 실제, 영생의 확증, 가난의 행복이 그려지는 부분으로 굳 은 신앙의 고백으로 시작해서 영생의 찬미로 끝나는 '부활과 영원한 생명'이 아름답게 전개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느니 속죄자의 영생을'은 최후의 아멘 코러스를 만들면서 장엄하게 끝을 맺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