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생활한자]

[한자이야기]<860>

好學 2010. 4. 24. 07:50

 

[한자이야기]<860>

 

他日에 又獨立이어시늘 鯉趨而過庭이러니…

 


다른 날에 또 부친께서 홀로 서 계실 때 鯉(리)가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는데
“예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시기에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수 없다” 하시므로 저는 물러나와 예를 배웠습니다.



 

 

지난 호에 이어진다. 공자의 제자 陳亢(진항)이 공자의 아들 伯魚(백어)에게 “그대는 異聞(이문)이 있지 않겠소?”라고 물었을 때 백어는 異聞은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만 어느 날 아버지가 “‘시경’의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으셨던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때 백어가 ‘시경’의 시를 아직 배우지 않았다고 대답하자 공자는 “시경의 시를 공부하지 않으면 남을 應待(응대)할 때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백어는 물러나와 시경을 공부했다. 백어는 이렇게 말하고 또 다른 날에는 아버지가 “예를 배웠느냐?”라고 물으신 일이 있다고 하였다. 백어는 이때도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공자는 예를 배우지 않으면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여 품위 있게 설 수가 없다고 하였다. 백어는 물러나와 예를 공부했다.

백어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들은 것이 ‘不學詩면 無以言이라’와 ‘不學禮면 無以立이라’는 두 가르침뿐이라고 했다. 공자가 홀로 서 있을 때 자식에게 가르쳐 준 것이 이러했으니, 자식에게만 후하게 가르친 일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시경’의 시와 생활규범의 예를 학도에게 가르치는 것은 공자의 일반 교육 방침이었다. 오늘날의 공교육도, 순정한 정서를 드러내고 의지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시 교육과 인간관계에서 품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예절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