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漢字文學/[생활한자]

[한자 이야기]<853>

好學 2010. 4. 10. 17:09

 

[한자 이야기]<853>

 

小人은 不知天命而不畏也라 …




지난 호에 이어진다. 공자는 도리를 알아 실천해나가는 군자라면 三畏(삼외)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하는 것이 三畏다. 그런데 군자와 달리 삶의 참된 의미를 알려 하지 않고 명예나 이익만 추구한다든가 악행을 저지르는 소인은 어떨까.

소인은 인간의 심성에 천명이 내재되어 있음을 모르기 때문에 천명을 두려워할 줄 모른다. 천명은 곧 인간으로 하여금 善(선)으로 나아가고 惡(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도덕명령과 같은 것이다. 천명의 존재를 모르는 소인은 덕이 높은 大人을 함부로 대하고 도덕의 기준이 되는 옛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원문의 狎은 너무 친하여 익숙하게 되어 존경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侮는 가볍게 보고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소인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은 동어 반복에 가깝다. 하지만 이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어서 大人을 경외하지 않고 성인의 말씀을 경외할 줄 모르는 소인을 懲治(징치)하는 효과가 있다.

노자의 ‘도덕경’은 천명을 하늘의 그물에 비유하고, 하늘의 그물은 워낙 커서 엉성한 듯하지만 빠져나갈 수 없다고 했다. 邢昺(형병)은 이 말을 부연해서, 하늘의 그물은 워낙 커서 疏遠(소원)하지만 음탕한 이에게 벌을 내리고 선한 이에게 상을 주는 데는 터럭 끝만큼의 잘못도 없다고 했다.

현실공간에서 남이 나를 평가하고 상벌을 내리는 것은 곡절이 많고 때때로 부당하다. 하지만 천명이 나의 심성에 내재함으로써 활성화되어 있는 나의 양심은 나를 심판할 때에 결코 휘어지는 일이 없다. 그렇기에 옛 사람들은 樂天知命(낙천지명)이라 했다. 天命이 휘지 않음을 알고 天分을 즐기는 것이 하루를 수백 년처럼 사는 방법이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