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눈부신 자작나무 가지에
겨울 숲은 며칠 전 내린 눈으로 눈부셔 실눈을 뜨고 들어가야 하는 겸손한 장소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바로 보이는 눈 내린 숲은 겨울마음을 데우기에 지혜로운 곳입니다. 하늘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난로가의 아이처럼 생각의 부지깽이로 따뜻한 상상을 이러 저리 뒤척이곤 합니다. 곁에 서 있는 잣나무가 지나가는 바람에 쌓인 눈을 털어내는 모습이 마음 끝에 걸린 또 하나의 풍경 소리로 깨달음이 되어 갑니다.
가녀린 모습으로 서 있는 하얀 자작나무는 눈 내린 숲을 더욱 눈부십니다. 봄과 여름이 되면 자작나무는 오페라 무대 뒤에 등장의 기회를 찾는 여주인공이 되어갑니다. 늦가을 낙엽송이 화려한 잔솔가지를 오페라의 막을 올리는 커튼처럼 떨구며 겨울을 열어줄 때 눈부신 자작나무는 겨울주인공으로 숲에 나타납니다.
가녀린 자작나무는 겨울 숲의 마돈나입니다. 시린 마음들의 이야기를 하얀 자작나무 껍질에 적어두면 겨울햇살로 인생까지 따뜻해 질 것 같아 더욱 행복합니다.
하얀 자작나무가 눈부신 것은 눈 내린 겨울 숲에 파란 하늘을 의지하고 겨울바람을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더 강해져야 하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겨울을 이기게 하는 것은 자작나무가지를 눈부시게 하는 겨울햇살입니다. 그래서 하늘만 바라보며 의지하는 인생이 가장 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새로운 봄이 가장 먼저 피어나게 되나 봅니다.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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