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겨울로 가는 숲에서
부드러운 순모 목도리에 코를 묻고 두터운 코듀로이 바지에 손을 넣고 찾아간 겨울로 가는 숲에서는 아무도 없는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이 맞이합니다. 그래서 겨울로 들어가는 숲에는 외로움보다는 앞서간 마음을 헤아리는 깊은 사색이 파도소리처럼 영혼을 깨웁니다.
겨울 숲이 따뜻한 햇살과 잔잔한 파도소리로 마음을 데워주는 겨울바다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열린 하늘이 바다와 같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만들어 내는 길을 따라 겨울로 들어가며 듣는 숲의 소리는 마음을 찰싹이는 바다처럼 평안케 합니다.
하늘은 어디에 있던지 그리움을 파스텔 색깔로 그려줍니다. 겨울 숲에서는 모두가 지난여름의 무성한 나뭇잎을 벗어버리고 가을의 결실들을 내려놓고 하늘 앞에 서 있기에 바다처럼 깨끗하고 평안한가 봅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항상 푸른 잎을 자랑하며 낙엽으로 벗어버리지 않는 소나무나 전나무 밑에는 작은 나무와 풀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 정말 그러고 보니 겨울이 와도 여름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잣나무 밑에는 아무런 꽃들도 피어나지 않고 그냥 잔솔가지만 쌓여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것을 내려놓을 때 나뭇가지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낮은 곳에 봄이 되어주는 것처럼 주위의 춥고 시린 영혼을 바다처럼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는 인생이 될 것 같습니다.
배성식 목사(수지 영락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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