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疏
‘疏(소)’는 원래 ‘트다’라는 뜻을 갖는다. ‘막힌 것을 트다’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막힌 것을 트게 되면 막혔던 것은 서로 연결되므로 ‘통하다’라는 의미가 생긴다. ‘意思疏通(의사소통)’이라고 하는 경우의 ‘疏’는 ‘통하다’라는 뜻이고, ‘通’도 ‘통하다’라는 뜻이다. ‘막힌 것을 트다’는 막혔던 것을 갈라놓는 행위이기도 하므로 여기에서 ‘가르다, 갈라지다’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머리를 빗질하는 동작을 생각해보자. 빗질을 하는 동작은 곧 빗이 머리털을 통하는 행위이고, 헝클어진 머리털을 소통시키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疏’에는 ‘빗질하다’라는 의미가 생겼다.
‘통하다’라는 행위의 대상을 생각이나 의견으로 보자. 생각이나 의견을 상대방에게 소통시키기 위해 사람은 글을 쓴다. 이에 따라 ‘疏’에는 ‘글, 편지, 글로 진술하다’라는 의미가 나타났다. ‘上疏(상소)’는 원래 ‘윗사람에게 쓴 글’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자기 의견을 왕에게 진술한 글’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疏’에는 ‘註(주), 註釋(주석)’이라는 뜻도 있다. ‘註, 註釋’은 뜻이 어려운 부분을 설명해주는 글이므로 근본적으로는 ‘막힌 곳을 터주는 글’인 셈이다.
‘막힌 곳을 트다’라는 의미로부터 ‘멀다’라는 뜻이 생겨났다. 막힌 곳을 트게 되면 당연히 거리는 멀어진다. ‘멀다’라는 의미로부터 ‘친하지 않다, 서투르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사람으로부터 멀어지면 ‘친하지 않은 것’이고, 기술로부터 멀어지면 ‘서투른 것’이다. ‘관계가 멀어졌다’는 뜻을 나타내는 ‘疏遠(소원)’의 ‘疏’는 ‘멀다’라는 뜻이다. ‘서툴다’는 의미로부터 ‘거칠다’라는 의미가 나왔고, ‘거칠다’로부터 ‘菜蔬(채소)’라는 의미가 생겼다. 예전에는 고기 음식을 부드러운 음식, 채소를 거친 음식이라고 불렀다. 채소를 나타내는 ‘蔬’는 원래 ‘疏’였는데, 여기에 풀을 나타내는 ‘>’를 덧붙여서 오직 ‘채소’만을 나타내도록 만들어진 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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