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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半人半獸의 라마수

好學 2012. 9. 13. 13:21

 

[89] 半人半獸의 라마수

 

루브르박물관의 라마수

그리스 신화에는 미노토르와 같이 반은 인간이고 반은 맹수인 혼성동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인간의 지성과 문명을 사랑했던 그리스인들에게 반인반수(半人半獸)는 인간과 대비되는 동물적 본성과 미개함의 상징이었다. 반면 고대 이집트나 근동(近東)에서 환상적인 동물들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초인성을 가진 존재를 의미했다.

현재의 이란·이라크·시리아 지역을 포함하는 고대 근동, 또는 서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도시나 궁전 입구에 라마수(Lamassu)라는 반인반수의 동물을 세웠다. 라마수란 수염 달린 인간의 얼굴과 새의 날개, 그리고 황소 또는 사자의 몸을 가진 환상적인 동물을 말하는데, 궁궐에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물리치는 수호신 역할을 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었던 아시리아의 군주 사르곤 2세가 기원전 710년경에 세운 두르 샤루킨(지금 이라크의 코르사바드)의 궁전 입구 양측에도 라마수가 서 있었다. 4.3m에 달하는 이 거대한 상들은 세부적으로는 아주 정밀하고 생생하게 조각되었다. 이 동물은 앞에서 보면 두 다리로 서 있는 듯하지만 옆에서 보면 네 개의 다리로 걸어가는 것처럼 보여서 결과적으로 다리가 모두 다섯 개이다.

이런 수호동물이 지키고 있는 입구를 지나 왕궁 안으로 들어가면 약 2m 정도의 저부조가 연속적으로 벽에 조각되어 있었다. 주로 전쟁의 장면, 종교의식, 왕의 일상생활이 새겨졌는데 유명한 것은 이 지역의 미술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왕의 사자 사냥 장면들이다. 강한 팔과 다리 근육을 가진 왕이 죽을 때까지 덤벼드는 용맹한 사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물리침으로써 왕이야말로 얼마나 용감했는지를 말하고 싶은 것이 이 왕궁 벽 부조의 목적이었다. 아시리아의 궁전 입구의 라마수나 사자 사냥과 같은 부조는 장식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이 동물 조각들은 궁전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두려워하게 만들어 아시리아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