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천[ 人乃天 ]
동학의 제3대 교주 손병희(孫秉熙)가 주장한 천도교의 종지(宗旨). 1905년을 전후하여 간행된 손병희의 ≪대종정의설 大宗正義說≫에서 공식적으로 확립되었다.
사상적 근원은 최제우(崔濟愚)에 두고 있는데, “대신사께서 일찍이 주문의 뜻을 풀어 가라사대, 모심이란 안으로 신령을 지니고 있으며 밖으로 기화(氣化)함을 지니고 있어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마다 이를 옮길 수 없는 것으로 깨달아 앎이니, 이는 영(靈)의 유기적 표현을 가리킴이요,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정의를 말씀한 것이니라(大神師 嘗呪文之意 解釋曰 侍者 內有神靈 外有氣化 一世之人 各知不移者也 是指稱以靈之有機的表顯道破人乃天之定義也).”라 하였다.
성령출세설(性靈出世說)이라는 구절에 그것이 잘 나타나 있다. 따라서, 인내천사상의 근거는 ‘시천주(侍天主)’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사람이 하느님을 모시고 있다면서 사람이 곧 하늘이다.”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는 견해가 제시되기도 한다. 사람은 어디까지나 하느님을 모시고 있는 한갓 ‘시존(侍存)’일 뿐, 신앙의 본존으로서 지고무상의 하느님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만약 손병희의 주장하는 바가 인간이 하느님을 모심으로써 천지조화의 밝은 덕에 합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에 도달함을 강조한 것이라면, 이는 마땅히 인간은 하느님을 모시고 있음에 불과하다는 시존주의(侍存主義) 동학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내천사상을 체계화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던 이돈화(李敦化)는 ≪신인철학 新人哲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내천의 신은…… 노력과 진화와 자기관조로부터 생긴 신인고로 인내천의 신은 만유평등 (萬有平等)의 내재적 신이 되는 동시에 인간성에서 신의 원천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신의 원천은 인간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모심’이라는 것을 초월적 신과 같이 생각하지 않고 인간 안에 내재하는 신으로 생각한다면, 인내천의 교의와 시천주의 교의는 서로 양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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