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音樂/[Classics의 名歌]

안녕! 아름다운 나의 나폴리! (사랑 노래 7곡)

好學 2012. 7. 25. 20:34

 

 

 

 

 

안녕! 아름다운 나의 나폴리! (사랑 노래 7곡) 입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에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고 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예부터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라’를 인생의 3대 즐거움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나폴리인들의 예술적인 기질과 뜨거운 정열은 노래를 통해 만개했지요. 우리가 흔히 이탈리아 가곡이라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칸초네 나폴리타나(Canzone napolitana)', 즉 나폴리에서 만들어지고 불려진 노래들입니다. 뜨겁고 정열적인 곡조, 흐물거리듯 부드러운 나폴리 방언 그리고 애절함과 달콤함이 뒤섞인 미성의 가수가 한숨처럼 쏟아내는 그 노래들은 전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늘은 모두 일곱 곡의 아름다운 나폴리 칸초네와 함께 노래여행을 떠나봅니다.


노래 하나, 오 솔레 미오(나의 태양) O sole mio

 


나폴리 칸초네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어쩌면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라고나 할까요. 흔히 ‘오! 나의 태양’으로 번역되지만 사실 앞의 ‘오(O)'는 나폴리 방언에서 남성정관사로 쓰이는 말이니 ’나의 태양‘이 좀 더 정확할 것입니다. 천국처럼 내려쬐는 남국의 뜨거운 태양을 찬미하다가 결국 연인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구나!
폭풍우 지난 후 더더욱 찬란하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태양이 있으니,
그것은 나만의 태양.
그대의 얼굴 위에서, 더 밝게 빛난다.”

(<나의 태양 O sole mio>,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노래 둘, 태양의 나라 'O Paese d' 'o Sole

 

나폴리의 중앙역(첸트랄레)에 도착해 기차에서 내릴 때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마치 온 도시가 저를 반겨주는 듯한 즐거운 착각에 젖어서.


“오늘 난 너무 행복해요. 사실 울음을 터뜨릴지도 몰라요.
나폴리로 돌아왔어요! 아,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기차는 역에 서 있는데, 벌써 저 멀리서 만돌린 소리가 들려요.
이곳은 태양의 나라! 이곳은 바다의 나라!
이곳은 모든 이야기가 사랑의 밀어가 되는 곳!“

(<태양의 나라 'O Paese d' 'o Sole>, 스리테너 콘서트 1990)
노래 셋,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나폴리 칸초네의 표정은 다양합니다. 이름난 성악가, 특히 이탈리아 테너들이 부르면 뜨겁고 남성적인 가곡이 되고, 나폴리 출신의 가수들이 노래하면 그것은 곧 애절한 연가로 변하지요. 대담하고 직설적인 가사도 나폴리의 달콤한 정열과 만난다면 예술이 됩니다. 안젤라 루체(Angela Luce)는 영화배우이자 나폴리 칸초네 가수로 일세를 풍미했습니다. 그녀의 뒤로 보이는 나폴리 바다의 아련한 모습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안젤라 루체 Angela Luce)
신세대 가수가 부른 버전도 있습니다. 현재 나폴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 지지 피니치오가 끝간데없이 달콤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합니다.
(<그대에게 입 맞추리 I‘ te vurria vasa>, 지지 피니치오 Gigi Finizio)



나폴리는 감정의 일교차가 큰 곳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모든 것을 단숨에 태워버릴듯 성미급한 열정을 전해준다면, 해가 떨어진 뒤의 이곳은 쓸쓸한 애수와 그리움을 자아내는 공간이지요. 어둑해지는 초저녁, 대지가 아직 태양의 기운을 조금 머금고 있는 그 즈음에 거리의 가수들은 만돌린을 꺼내들고 하염없이 아름답고 슬픈 사랑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합니다.

 

 


노래 넷, 그대 창에 불 꺼지고 Fenesta ca lucive

 

이 노래는 15세기 초의 가슴 저린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시칠리아 팔레르모의 귀족 빈첸초에게는 카테리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곧 젊은 기사와 사랑에 빠지는데, 빈첸초는 두 사람의 사랑을 용납하지 못하고 딸을 죽음으로 내몰게 됩니다. 연인은 비탄에 빠지고 그 심정을 노래로 불렀지요.


“불 밝던 창이 지금은 어둠에 잠겼어.
그녀의 언니가 말하길,
‘네 연인은 죽어서 땅에 묻혔어.’
홀로 지새우는 밤마다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이제 죽은 자들과 함께 잠들고 말았구나.”

흔히 이 노래는 벨칸토 오페라의 대가 빈첸초 벨리니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거리에서 구전된 작자미상의 유행가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대 창에 불 꺼지고 Fenesta ca lucive >, 테너 살바토레 피시켈라 Salvatore Fisichella)
노래 다섯,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나폴리 칸초네는 역시 마마보이들이 불러야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마마보이들이란, 새까맣고 부리부리한 큰 눈, 구리빛 피부, 잘 생겼지만 뭔가 생활력이나 책임감은 없어 보이는 나폴리 청년들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대책 없이 달콤한 사랑을 갈구합니다.

아니 그 사랑에 ‘매달린다’는 표현이 좀 더 정확할까요. 허무하지만 그래서 애틋하고, 불안하지만 그래서 꿈꾸듯 달콤합니다.

“그녀에게 이 말만 전해주오.
나 그녀의 찬미자, 꿈과 환상 속에서 길을 잃고
오직 그녀만을 생각할 뿐이라고.“

시베리아의 백사자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마치 백작과도 같은 귀족적 기품이 넘칩니다. 그는 마마보이이기는 커녕 남성미로 가득 찬 멋진 신사이지요. 그가 부르는, 절규하듯 외치는 사랑노래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르스토프스키 Dmitri Hvorostovsky)
노래 여섯, 먼 산타루치아 Santa lucia luntana

 

이탈리아의 통일이 토리노, 밀라노 등 북부를 중심으로 이뤄지자 남부는 정치, 사회문화적으로 철저히 소외됩니다. 결국 나폴리와 시칠리아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머나먼 이국땅으로 떠나게 되지요. 미국, 아르헨티나 등으로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대거 건너간 게 이즈음입니다. 영화
<대부2>의 소년 비토 콜레오네도 바로 이런 이민선을 타고 뉴욕으로 오게 되었지요.

먼 산타루치아(Santa lucia luntana)는 나폴리 이민자들의 망향가입니다. 배를 타고 멀어져만가는 고향땅 나폴리의 산타 루치아항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돌아오지 못할 고향은 가슴 속에 사무쳐 이제는 영원한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내 말 전해주오 Dicitencello vuie>,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르스토프스키 Dmitri Hvorostovsky)
마지막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 Torna a surriento

 

소렌토는 나폴리만 남단에 있는 작은 해안도시입니다. 예부터 고급 휴양지로 이름을 떨친 아름다운 곳이니 나폴리를 찾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러볼만 합니다. 사실 우리가 이 곳을 알게 된 건 순전히 나폴리 칸초네 한 곡 때문입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아름다운 저 바다를 보라.
보라 이 아름다운 정원을,
맡아보라 이 오렌지 향기를.
그래도 넌 안녕이라고 말하는구나.
날 두고 떠나지 말아다오.
내게 이런 고통주지 말고,
다시 소렌토로 돌아오라!
나를 살게 해다오!“

나폴리 칸초네를 가장 잘 부른 가수로 단연 첫 손에 꼽히는 것이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입니다. 시칠리아 태생의 그는 살길을 찾아 북부의 밀라노로 이주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때 전쟁이 터집니다. 젊고 잘생긴 청년 디 스테파노도 곧 군대로 끌려갑니다만, 그는 죽음의 위기를 간신히 모면하고 스위스로 탈출해 일종의 망명객 생활을 합니다. 1944년 스위스 로잔느의 한 라디오 방송국은 이 싱싱한 미성의 테너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레코딩으로 기록합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서 고국을 등지고 도피자 생활 중에 불렀던 망향의 노래. 너무도 싱싱하고 구김없는 그 미성이 오히려 비극적인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돌아오라 소렌토로 Torna a surriento>, 테너 주세페 디 스테파노 Giuseppe di Stefano)

그의 나폴리 칸초네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립니다. 그 노래 앞에 성악가나 테너라는 수식어를 따로 붙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객(歌客), 그야말로 노래 하나로 장르를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던 디 스테파노입니다.

여행은 때때로 한 사람의 인생관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안온한 살롱과도 같은 북부의 우아한 도시들을 돌며 ‘이탈리아의 정열’을 입에 담았던 건 약간은 부끄러운 실수였습니다. 남국의 땅, 그 직설적인 정열의 나라 나폴리에 도착한 순간 저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한 페이지가 시작되었습니다.

‘돌아오리라 나폴리로!’

 

이렇게 외치며 애써 아픈 마음을 접어 넣고 다음 여행지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