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사람)인생 이야기

[CEO의 일과 삶]볼보트럭 첫 아시아인 CEO 민병관 사장

好學 2011. 8. 13. 18:07

[CEO의 일과 삶]볼보트럭 첫 아시아인 CEO 민병관 사장

 

다른 문화를 알아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민병관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이 자사 트럭 모형을 앞에 두고 그리스와 호주 등지에서 겪은 타국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민 사장은 “직원들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보그룹이 트럭부문에서 아시아인 최고경영자(CEO)를 채용하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직원들의 글로벌 마인드를 키워 제가 떠난 뒤에도 서양 사람이 아닌 한국인이 계속 이 자리를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민병관 볼보트럭코리아 사장은 은퇴 후를 위해 2007년 경기 용인시에 전원주택을 마련하면서 집에 와인셀러를 들여놨다. 그리고 직원들이 집 근처에 위치한 태화산을 등산한 뒤 그의 집을 찾으면 와인을 대접한다. 그가 와인셀러를 마련해놓고 직원들에게 술을 권하는 이유는 볼보가 스웨덴 기업이기 때문. 서양 사람을 만날 일이 잦은 직원들이 서양의 보편적인 문화 가운데 하나인 와인을 많이 접하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민 사장의 생각이다. 20일 서울 중구 정동의 콘퍼런스룸 ‘달개비’에서 만난 그는 ‘문화적 소통’과 ‘소통의 수단 확보’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 와인은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소통

사실 민 사장은 개인적으로 와인을 좋아한다. 그가 와인과 인연을 맺은 건 30여 년 전이다. ㈜대우에서 대리로 재직하던 1980년 그리스 아테네 법인으로 발령을 받으면서부터다. 소주와 막걸리가 대세를 이루던 곳에서 생활하던 그의 눈에는 온통 와인 천지인 당시의 아테네는 다른 세상이었다.

종합상사 직원으로 일하며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주된 업무였던 민 사장은 와인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식사할 때 와인을 한 잔씩 곁들이며 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아는 것이 없어 답답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무작정 동네 슈퍼로 향했다. 그러고는 와인을 꺼내 들고 라벨을 읽었다. 민 사장은 “와인이 전시된 부스에 들러 이달의 목표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하는 식으로 범위를 정하고 와인 정보를 수집했다”며 “공부한 와인은 모조리 마시며 그 동네의 모든 와인을 섭렵했다”고 말했다.

와인이 영업에 도움을 준 적도 많았다. 1986년 아테네에 이어 대우 호주법인으로 근무처를 옮긴 그는 전자제품 공급 계약을 위해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뉴질랜드에 가게 됐다. 선물을 준비하던 민 사장은 자주 찾던 와인 가게에 들러 선물용으로 좋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민 사장은 종업원이 “이 술 하나면 친구를 하나 사귄다”며 추천한 ‘울프 블라스 블랙 라벨’ 와인 2병을 들고 뉴질랜드로 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거래처 직원이 저녁까지 대접하며 기뻐했다”며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를 이해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원예 통해 ‘정화’되는 느낌

그렇다고 민 사장이 술만 마시는 것은 아니다. 민 사장의 전원주택에는 직접 심은 나무 30여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가 원예에 눈길을 주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0년. 사실 처음에는 원예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겨울에도 따뜻한 온실이 마음에 들어 원예반을 선택했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곧 식물이 주는 매력에 빠졌다. 나무는 심고 보살펴 주면 꾸준히 자라며 열매도 맺었다. 노력과 정성을 배반하는 일이 없었다. 여기에 몸을 움직이며 나무를 돌보면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며 정화되는 느낌도 받았다. 민 사장은 “해외 근무를 떠나기 전에 충북 청주의 선산에 두 딸과 함께 심어놓은 무궁화나무가 지금도 있다”며 “땀 흘려 일하며 건강도 챙기고 노력한 만큼 돌려주는 자연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 문화 이해해야 소통 끌어낼 수 있어

민 사장은 요즘 직원들에게 권하는 것이 하나 더 늘었다. 1975년 필름카메라 ‘롤라이35’를 구입해 처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그는 카메라를 배우고 싶어 하는 직원들에게 외부 강사를 초청해 줄 테니 점심시간을 이용해 더 배워보라고 권한다.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된 요즘 특히 젊은층이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면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민 사장은 2007년 본사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경기 화성시로 옮겼다. 트럭이 많이 다니는 경부고속도로 근처로 자리를 옮기고 서비스센터까지 갖춰 고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오랜 타국생활을 경험한 민 사장은 세계 141개국에 진출해 딜러망을 구축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볼보트럭의 CEO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이런 그의 목표는 직원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탄탄히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 민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며 “넓은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배경과 토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민병관 사장은

―1951년 충북 청주 출생

―1970년 서울 경기고 졸업

―1973년 한일합섬 입사

―1974년 서울대 상경대학 졸업

―1978년 ㈜대우 입사

―1993년 ㈜대우 기획홍보담당 이사

―1996년 ㈜대우 싱가포르법인 대표

―2002년 GM대우자동차 해외영업 총괄 전무

―2003년∼ 볼보트럭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