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學의 人生/(사람)인생 이야기

[CEO 일과 삶]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好學 2011. 4. 15. 21:49

 

[CEO 일과 삶]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무겁고 거대한 산업의 대명사인 조선에 30년 넘게 몸담은 최고경영자(CEO)가 “제 취미는 음악 감상입니다”라고 말했을 때에는 솔직히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60)에 대해 좌우명이 자강불식(自彊不息·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함)이고, 마라톤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면 6개월 만에 풀코스를 완주하는 남자라는 등의 이야기를 미리 들었던 탓일까.

수면시간을 쪼개 일본어를 독학했다는 등의 일화를 듣고 “뭐든지 안 되면 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1970년대 ‘싸나이’ 아냐?”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 남 사장은 짝사랑하는 누나에 대해 말하는 소년처럼 약간 수줍은 태도로, 그래도 끓어오르는 정열을 다 감추지는 못하면서, “음악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 조직의 화음 만드는 게 CEO 임무

하긴 조선소의 최고경영인은 전부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유돼 왔던 게 사실이다. 대우조선의 경우 옥포조선소의 근무 직원이 3만1000여 명에 이른다. 사내 식당 25곳에서 한 끼 식사를 준비하는 데 80kg짜리 쌀 95가마, 소 10마리, 돼지 93마리를 쓴다. 한 번에 수십 척의 선박이 건조되고 있으며, 길이 330m가 넘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한 척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20만여 개에 이른다. 이런 복잡한 현장에서 화음을 만들어내는 게 조선소 CEO의 임무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다동의 회사 집무실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설명하고 있다. 남 사장은 경기 고양시 일산의 자택 지하에 전문가 수준의 음악감상실을 꾸며 놓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남 사장의 음악 사랑은 남다르다. 60평생 아파트 생활을 2년 남짓밖에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듣기 위해 단독주택을 고집했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살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단독주택 지하에 창고 겸 음악 감상실을 만들어 뒀다.


이 지하음악실에는 그가 젊을 때부터 모아온 LP 레코드판 1000여 장, CD 400여 장, 레이저디스크(LD) 500여 장이 있는데 웬만한 음악카페 수준이다. 이제는 구하기도 어려운 LD플레이어는 지금 사용하는 제품이 고장 나도 걱정이 없도록 여유분으로 2대를 더 사놨다.

즐기던 담배도 음악 때문에 끊었다. 20년쯤 전 염두에 두었던 앰프와 스피커를 사겠다고 하니 부인이 “우선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말한 것. 그 자리에서 갖고 있던 담배와 성냥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이후 입에 대지 않았다. 독했다.

○ 음악다방 ‘DJ 오빠’ 시절도

클래식 음악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음악을 사랑한다. 트로트와 팝송도 좋아하고 마이클 잭슨의 초기 뮤직비디오와 공연 실황 등을 담은 LD도 4장 갖고 있다. 지금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 어지간한 배경음악은 곡을 모두 알 정도라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음악다방에서 디스크자키(DJ)로 잠깐 일한 적도 있었다고. 그는 “내 영어 실력 기본은 다 팝송을 따라 부르다 얻은 것”이라며 웃었다.

재즈 기타와 단소도 배웠다. 지금도 악기를 간혹 연주하느냐고 묻자 “아마 소리만 낼 수 있을걸요?” 하며 웃는다. “재즈 기타는 다시 잡기에 좀 늦은 것 같지만 단소는 언젠가 다시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음악이 비즈니스에 직접 도움이 된 적도 적지 않다. 고객인 선주들이 어렸을 때부터 고급 교육을 받고 자란 이들이다 보니 음악에도 조예가 깊고 음악 얘기를 하다 친해진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는 것. 남 사장과 ‘얘기가 통한다’고 생각한 선주 몇몇은 자국의 전통 악기나 그 나라 유명 음악가의 CD를 선물로 보내오기도 했다.

조선 경기가 어려웠던 지난해에는 이 지하실에서 쇼팽의 피아노협주곡 1번이나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과 5번, 성악가 조수미 씨의 크로스오버 음반을 자주 들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특히 지난해 가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수주 계약이 막바지에 이르러 무산됐을 때 음악실에서 상한 속을 달랬다. 그럴 때면 부인도 ‘뭔가 고민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혼자 몰두할 수 있게 배려해 준다고 한다.

○ “경영은 예술, 곧 새 전환기(轉換期) 온다”

그러나 남 사장은 음악과 경영이 그보다 한 단계 더 심오한 차원에서 맞물려 있다고 했다. “경영과 예술이 비슷한 데가 많습니다. 둘 다 창조적인 작업이거든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경영은 과학보다는 예술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상황을 음악에 비유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교향곡의 2악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힘찬 1악장을 마친 교향곡이 2악장에서는 조용하고 느려지기도 한다. 업계 전체로 보나 회사 차원에서나 지난해의 어려운 상황이 다 가시지는 않았다는 해석이다.

남 사장은 “올해 조선업계는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본격적인 봄은 오지 않았다”며 “대우조선은 조선과 해양 양쪽을 갖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는 다른 곳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매각 건도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이런 때 우리 내공과 가치를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교향곡에서 기분 전환이 되는 3악장처럼 매각 문제도 운명적으로 새로운 전기(轉機)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남상태 사장은… ▼

―1950년 대구 출생
―1977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79년 대우조선공업 입사
―1999년 대우중공업 이사
―2001년 대우조선공업 기획재무 담당 전무이사
―2003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2006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 졸업

 

출처 , 동아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