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새벽에 봄비가 찾아왔습니다. 걸음걸음 영혼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봄비의 비릿한 내음이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주는 것 같습니다.
봄비가 오면 숲의 세상은 달라집니다. 비가 내리는 만큼 골짜기 응달에 남아있던 하얀 눈들은 다시 겨울을 기약하며 비를 따라 갈 것입니다. 이 비는 잠들었던 골짜기를 생명의 환희로 넘치게 할 것입니다. 메마른 나뭇가지에는 이 비만큼이나 많은 새싹들이 딱딱한 껍질사이로 얼굴을 내밀 것입니다.
하늘에서 들려주는 빗소리에 마음을 기울이라고 숲은 발자국소리조차 들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숲은 아직도 남아있는 지난밤의 흔적이 비와 함께 숲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아마 지난밤 어둠도 빗소리로 하늘마음을 헤아리고 싶은 모양입니다.
봄비가 이 세상의 모든 영혼에도 내리길 기도합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숲은 더 아름답게 변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에도 이런 비가 내린다면 어떨까요. 새벽 숲의 빗소리는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하나님 손길이 되어 또 다른 영혼들을 만지며 생명의 환희로 가득하게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