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해 전 독일 베를린에 들른 적이 있다. 본회퍼 센터에 있는 친구의 안내로 베를린 장벽을 방문했는데 주변에 전시물들이 잘 정리돼 있었다.
통일과 관련된 내용이겠거니 하고 전시물을 살펴보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가 참혹하게 자행한 죄과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었다.
구태여 숨길 필요도 없지만 밝히고 싶은 내용도 아닐 텐데 그들은 그렇게 세계인들 앞에서 자기 역사의 치부를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철저한 반성과 고백의 용기, 거기에 뒤따르는 자기 갱신과 역사 발전의 은혜가 커 보였다. 독일인의 철저함에 감탄하며 우리 이웃 일본의 역사 왜곡이 떠올라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2차 대전 직후 독일 신학자 틸리케는 “인간을 가장 위대하게 만드는 용기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할 줄 아는 용기”라고 말한 적이 있다. 너무도 자주 은폐와 거짓말, 자기 합리화라는 변명으로 익숙해져만 가는 우리는 진정한 고백의 용기가 지닌 가치를 재음미해야 한다. 사순절 후반을 보내고 있는 시점에서 “회개하라”고 외치시는 주님 앞에서 겸허히 고백할 일이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겠다.